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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부의 세계], 봅시다
    카테고리 없음 2020. 4. 12.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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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의 세상] 한두 차례 리뷰 엔터테이너의 휴대전화를 찾는 장면은 낯익은 추측을 부른다고 한다. 상대 엔터테이너의 바람을 잡고 심증을 물증화하는 장면이라고 한다.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선우(김희애)가 남편 태오(박혜은)의 휴대전화를 찾는 장면으로 이 드라마의 서사가 어떻게 펼쳐질지 실감하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꼬인 막장 드라마인가? 억지 아니라고 전면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드라마는 스릴러 형식을 가져와 긴장감을 준다고 한다. 이 드라마의 흥미로운 장소는 남편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가스라이팅인데 마치 모두가 힘을 합쳐 선우의 의심을 과민하게 만드는 묘한 정황에 있다고 한다. 선우는 공공의 적이었을까. 남편을 믿고 싶다는, 아니 남편의 외도를 부정하고 싶은 복잡한 심리, 그래도 남편을 쫓아가다 들키는 의심의 조각이 맞아떨어져 점차 확증하게 되는데, 선우는 마치 범인의 범행 증거를 찾는 형사와 같은 질곡으로 추리를 펼치며 활줄처럼 팽팽한 긴장감으로 서사를 마무리해 간다는 것이다. 불륜의 비윤리인가 싶어 채널을 돌리다 멈춘 이유라고 한다. 선우는 40대 초반의 부유한 여성이라고 한다. 마흔 살이라는 보통 여성에게는 자원의 고갈과 함께 찾아오는 혹독한 생애주기가 시작되는 시점인데 선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유리천장에 구멍을 낸 여성은 남성과 다를 바 없는 특권을 누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이런 불우한 여성이 남편의 외도로 분열하는 심리를 본격적으로 전달하는데, 이는 이런 잘난 여자도 남편이 다루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우기고 싶은 것일까. 솔직히 진부하지만 폴리아머리를 승인한 관계가 아닌 한 부부에게 엔터테이너의 외도가 옆집 개가 발정한 것이 되지는 않을 터, 뜬 것은 용서할 수 있지만 거짓말은 용서할 수 없다는 위대한 여자 선우의 남편 불륜 계율은 어떻게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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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지인이 늦은 시간에 취한 목소리로 전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일이 없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걱정이 되어 갔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시시한 이야기로 에둘러서 한 뒤에야 겨우 꺼낸 이야기는 뜻밖에도 남편의 바람기였습니다. 조금 있으면 환갑을 맞이하는 그가 그토록 술에 취해 비틀거렸던 이유가 고작 남편의 바람때문이었다는 것이 좀 허무했습니다. 사업하는 사람이니 사업체에 큰 난관이 있다느니, 늙어가는 사람이니, 어디가 몹시 아프다느니 걱정을 예상했는데 남편의 바람이라니. 그만하면 졸혼을 생각할 텐데, 그는 남편의 외도로 왜 이렇게 처절할까? 그는 남편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어요. 반면 그의 남편은 좀 더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원한다고 했어요. 그러나 그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 그는, 독자적인 부부의 인생을 사랑이 없는 결혼 생활과 일치시키고 있었습니다. 그의 사랑이 각별한 사랑인지는 물음표가 붙었지만 만취한 그와 사랑의 본질을 논하는 것은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사랑은 무죄로 하고 둘의 관계에 대해 본질적인 고민은 해보라는 조언으로 자리를 비웠습니다. 그는 남편이 정말 좋은 걸까, 남편이 정말 좋아하는 자신, 그래서 완벽한 정상성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규범적인 부부의 모습을 정말 좋아하는 걸까. 남편의 외도에 배신감을 느끼는 선우의 심리도 아직 추궁할 만합니다. 그가 특히 분노하는 것은 배신당한 사랑일까, 아니면 그로 인해 깨질 위기에 처한 완벽한 부부상일까. [부부의 세계] 부부의 모습은 놀랄 정도로 젠더 편향적이에요. 선우는 정신없이 바쁜 엄마이자 아내인데 놀랍게도 아들과 남편을 애지중지 기른답니다. 저녁밥을 먹여 아들의 잠자리를 챙기고, 무엇보다 아들과 남편의 나무랄 데 없는 정서적 지지자입니다. 드라마의 이런 설정은 시대착오적인 것인가, 상상력 부재인가. 병원 부원장까지 지내고 경력을 쌓은 여성도 집에 들어가는 순간 가정의 천사에 귀의한다는 젠더 고착화를 고민 없이 재현하다니. 커리어우먼은 여성성을 수행하지 않거나, 물론 아니죠. 하고 싶은 말은 경력을 쌓으면서도 나만큼 가정에 헌신한다는 규범적인 여성성을 드라마가 염치없이 재현하는 지점이 문제라는 겁니다. 그 정도 지위에 있는 여성도, 오직 가사노동에만 전념하는 그림자 노동여성도 규범적 여성성을 선우처럼 완벽하게 소화하지는 않습니다. 현실은 그럴 여력이 없어요. 드라마는 그것이 어떤 계층에 놓인 여성이든 여성을 가정의 천사로 자연화하는 재현에 문제의식을 갖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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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드라마가 비정상성을 아슬아슬하게 공개하는 순간은 여적녀 서사를 내비치려는 시도예요. 선우는 남편의 불륜녀가 누구인지 까발려요. 그 불륜녀가 버젓이 선우가 일하는 병원에 와서 진료를 받는 순간, 그 팽팽한 적의의 흥정은 유구한 여적녀의 주문을 불러내려는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여자는 함정에 빠져서는 안됩니다. 이 그로테스크한 상황(방귀를 뀌며 냄새를 풍기는 사람은 따로 있지만 냄새의 근원이 서로라도 된 듯이 노려보고 적대시한다)을 연출시킨 사람은 여자들이 아닌가. 따라서 이 드라마를 '여적녀'의 소모적인 싸움으로 몰아가서는 안됩니다. 이 시대의 치정은 적어도 여성이 여성을 향해 겨누던 칼날의 방향을 이런 끔찍한 상황을 무책임하게 파생시킨 당사자에게 향하도록 교정해야 합니다. 선우가 남편의 가슴에 비수를 두른 것처럼. 비록 상상이었지만. 명백히 비윤리임을 암시하면서도 [부부의 세계]에 채널을 고정시킨 더 큰 이유는 현서(심은우)에게 있습니다. 그는 계급에서도 연령에서도 선우와는 사귀기 어려운 인물입니다. 현우는 먹고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해요. 부모의 배경이나 학력 등 문화적 자본이 전무한 젊은 여성에게 자본은 몸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몸이 부서지도록 일하고, '남자친구'라는 자에게 또 망가져버립니다. 그는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하는 현장에서 선우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선우는 외면합니다. 그런 선우는 어쩌다 현서를 찾게 됐을까. 기름과 물처럼 잘 섞이지 않는 두 사람의 계급성은 어느 지점을 거쳐서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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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서를 찾아 남편의 불륜 현장을 파악해 달라고 부탁하는 성우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선우의 말처럼 남성에 의해 침탈당하는 여성의 삶은 본질적으로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일까. 선우는 수치심을 뒤로하고, 현서는 낯선 부탁의 위험성을 뒤로하고 거래를 시작합니다. 선우의 남편의 불륜 현장을 마치 중계하듯 알리는 과정에서 둘은 어느새 동질감이라는 묘한 감정선에 놓입니다. 그렇다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실감한 두 사람의 동질감은 연대의 서사로 갈 수 있을까. 현서를 찾은 선우는 또 한번 폭행 현장을 만나게 됩니다. 남자친구한테 매를 심하게 맞고 있는 현서야,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현서의 피해에 분노한 성우는 위기 현장에서 현서를 구해내지만, 현서는 일종의 스톡홀름 증후군을 보여줍니다. 터무니없는 폭력에 시달려도 견뎌내는 이유가 사랑이라면서. 이 나쁜 남자를 받아주는 사람도, 제대로 된 사람으로 만드는 사람도 오로지 나라는 구원자 타이틀을 신념화한 채.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자기 연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고작 자신을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여성에게 폭행하고 분노를 표출했을 때에만 우월성을 느끼는 이 저열한 " 나쁜 남자"를 현서는 왜 이렇게 의절 인내심으로 구제하려는가. 나쁜 남자가 제대로 바뀌면 좋은 남자가 된다는 신념은 어떻게 그녀를 삼켰을까. 그렇다고 선우가 현서를 위기에서 건져낸 행위가 단순히 동정적으로 흘러서는 안 됩니다. 왜 아직도 여성의 삶이, 불행이, 늙어도 젊어도 남성에 의해 결정되도록 놔두느냐는 질문을 집요하게 쫓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기에 처한 서로의 처지를 파헤친 촉수는, 보다 깊게 서로를 향해 접해 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의 묘한 관계가 절박한 위기의 파도에 견딜 수 있는 구명조끼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기대를 안고, "부부의 세계"를 본방 사수 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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